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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소설의 개척자 듀나가 말하는 ‘공포..., 『공포의 문법』 출간(듀나, 어크로스)
책의 문제의식과 논지를 따라 사회와 삶의 조건을 다시 읽는 시간

출판사 제공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려면 눈앞의 현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밑에서 작동하는 역사와 구조, 제도와 감각을 함께 읽어야 한다. 『공포의 문법』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독자를 더 깊은 사유의 자리로 이끄는 신간이다. 어크로스가 출간한 이 책에서 듀나는 익숙한 주제를 다시 묻는다.
책의 중심은 분명하다. 한국 장르소설의 개척자 듀나가 말하는 ‘공포의 문법’. 한국 공포소설이 부흥하기 이전부터 좀비와 뱀파이어에 대한 소설을 쓰던 작가. 한국의 공포 영화들이 어설프게 할리우드를 흉내 내던 시절부터 발 루튼과 다리오 아르젠토에 대해 비평하던 평론가. 듀나가 드디어 ‘공포’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 흐름은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책이 왜 지금 읽혀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쪽에 가깝다. 독자는 내용을 따라가며 주제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것이 자신의 삶이나 사회적 현실과 만나는 지점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목차의 키워드도 책의 결을 드러낸다. 「장 무섭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하여」은 책의 주제를 구체적인 장면과 질문으로 낮추는 대목이다. 「장 언제나 이야기보다 무서운 세상에 대하여」은 책의 주제를 구체적인 장면과 질문으로 낮추는 대목이다. 「장 처녀귀신의 진부함에 대하여」은 책의 주제를 구체적인 장면과 질문으로 낮추는 대목이다. 이런 항목들은 단순한 차례가 아니라, 독자가 책을 읽으며 붙들어야 할 문제의식으로 기능한다.
눈에 띄는 점은 주제를 과하게 장식하지 않는 태도다. 책은 독자에게 특정한 결론을 밀어붙이기보다,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판단의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 책은 빠르게 소비되는 소개글보다, 천천히 밑줄을 긋고 다시 펼쳐 볼 수 있는 읽을거리로 남는다.
저자의 이력은 책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단편집으로 《태평양 횡단 특급》, 《너네 아빠 어딨니?》,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구부전》, 《두 번째 유모》,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장편으로 《아직은 신이 아니야》, 《민트의 세계》,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대리전》, 《몰록》을 펴냈다. 소설 외에도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같은 영화 관련 논픽션도 출간했다. 2021년에 장편소설 《평형추》로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러한 경력과 관심사는 책의 주제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문제의식에서 나왔음을 보여 준다.
『공포의 문법』은 새 책 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책이 다루는 핵심 주제를 따라가며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생각할 질문을 얻게 된다. 쉽게 정리되는 답보다 오래 남는 사유를 원하는 독자에게 이 신간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선택지가 된다.
무엇보다 『공포의 문법』은 오늘의 문제를 단편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게 한다. 책장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주제 안에 역사와 제도, 개인의 감각이 함께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독자는 익숙한 판단을 다시 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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