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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잃은 문명의 시간을 되짚다, 『숲과 문명』 출간(존 펄린, 더퀘스트)
책의 문제의식과 논지를 따라 사회와 삶의 조건을 다시 읽는 시간

출판사 제공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려면 눈앞의 현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밑에서 작동하는 역사와 구조, 제도와 감각을 함께 읽어야 한다. 『숲과 문명』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독자를 더 깊은 사유의 자리로 이끄는 신간이다. 더퀘스트가 출간한 이 책에서 존 펄린는 익숙한 주제를 다시 묻는다.
책의 중심은 분명하다. 수많은 문명이 어떻게 숲과 함께 번성하고 몰락했는지 한 편의 서사시처럼 담아낸 역사서다. 『숲과 문명』은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가 추천해 온 책으로, 하버드가 선정한 100대 명저, 시카고지리학회 올해의 도서에 선정됐으며 전미 IBPA 금상을 받았다. 인류 최초의 영웅 길가메시가 도끼로 거대한 나무를 쓰러트린 이래로, 5,000년 동안 다섯 대륙에서 펼쳐진 숲과 문명의 역사를 오비디우스의 시부터 생태학적 데이터까지 아우르며 집대성했다. 모든 문명은 풍요로운 숲 위에서 시작해 숲이 사라질 때 몰락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책이 왜 지금 읽혀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쪽에 가깝다. 독자는 내용을 따라가며 주제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것이 자신의 삶이나 사회적 현실과 만나는 지점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목차의 키워드도 책의 결을 드러낸다. 「개정판을 내며: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여기 있다」은 현재의 논점을 긴 시간의 흐름 속에 놓고 읽게 한다. 「머리말: 숲을 잃어버린다는 의미」은 책의 주제를 구체적인 장면과 질문으로 낮추는 대목이다. 「나무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은 책의 주제를 구체적인 장면과 질문으로 낮추는 대목이다. 이런 항목들은 단순한 차례가 아니라, 독자가 책을 읽으며 붙들어야 할 문제의식으로 기능한다.
눈에 띄는 점은 주제를 과하게 장식하지 않는 태도다. 책은 독자에게 특정한 결론을 밀어붙이기보다,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판단의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 책은 빠르게 소비되는 소개글보다, 천천히 밑줄을 긋고 다시 펼쳐 볼 수 있는 읽을거리로 남는다.
저자의 이력은 책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터바버라캠퍼스(UCSB)에서 물리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샌터바버라라에 거주하며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존 펄린은 이전의 저서들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나무가 부족해지기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태양열에 난방을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청동기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주된 연료이자 건축자재였고, 더 나아가 나무의 풍부함이나 희소함이 그 기간에 존재한 사회의 문화와 인구 구성, 경제, 국내외 정치, 기술의 많은 부분을 결정했다. 이러한 경력과 관심사는 책의 주제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문제의식에서 나왔음을 보여 준다.
『숲과 문명』은 새 책 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책이 다루는 핵심 주제를 따라가며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생각할 질문을 얻게 된다. 쉽게 정리되는 답보다 오래 남는 사유를 원하는 독자에게 이 신간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선택지가 된다.
무엇보다 『숲과 문명』은 오늘의 문제를 단편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게 한다. 책장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주제 안에 역사와 제도, 개인의 감각이 함께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독자는 익숙한 판단을 다시 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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